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전혀 모른다.
어둠컴컴하고 눅눅한 곳에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 기억한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 인간이란 것을 보았다.
나중에 듣자 하니 그 인간이 서생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영악한 종족이라고 한다.
이 서생이란 자가 때로 우리를 붙잡아 삶아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무섭지도 않았다.
다만 그가 나를 손으로 휙 들어 올렸을 때, 두둥실 떠 있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그 손바닥에서 잠시 서생의 얼굴을 본 것이 이른바 인간이라는 것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때 참 묘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그 느낌이 지금도 남아있다.
우선 털로 소복해야 할 얼굴이 주전자처럼 매끈거렸다.
그 후 많은 고양이를 만났지만 이렇게 이상한 녀석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얼굴 한가운데가 너무 툭 튀어나와 있다.
동트기 전
키소지는 모두 산 속에 있다. 어떤 곳은 벼랑을 따라가는 절벽길이고,
어떤 곳은 수십 칸 깊이에 있는 키소가와 기슭에 있으며,
어떤 곳은 산 꼬리를 따라 흐르는 계곡 초입에 있다.
한 줄기 가도는 이 깊은 삼림 지대를 관통하고 있다.
동쪽 경계에 있는 사쿠라자와에서 서쪽의 짓쿄쿠토오게까지 키소쥬잇슈쿠는 이 가도를 따라가며
22리 남짓한 긴 계곡 사이에 산재해 있다. 도로 위치도 몇번이나 바뀌어서
옛 길은 어느새 깊은 산골짜기에 파묻혀버렸다.
유명한 나무틀도 담쟁이덩굴로 부탁한 것 같은 위험한 장소가 아니었고
도쿠가와 시대 말에는 분명 건널 수 있는 다리였다.
새로 만들어진 길은 점점 계곡 아래로 내려왔다.
기나긴 세월동안 이 키소지에 일어난 변화는
아무리 많은 험한 산비탈도 잘 걸을 수 있었다.
인간실격
참 부끄러운 생애를 보내 왔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걸 도무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도호쿠 지방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터라 기차를 처음 본건 제법 자란 뒤였습니다.
정거장의 육교를 줄곧 오르내리면서도
그게 선로를 건너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순전히 정거장 구내를 외국의 오락장처럼 복잡하고 재미나게, 최신식으로 하기 위해 설치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육교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일이 제게는 퍽 세련된 오락거리라
철도 서비스 중에서도 가장 감각 있는 서비스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한참 뒤 그건 어디까지나 여행객들의 선로 횡단을 위해 만든 지극히 실용적인 계단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순식간에 흥미를 잃었습니다.
도련님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2층에서 뛰어내려 일주일 정도 허리를 삔 적이 있다.
왜 그런 말도 안되는 짓을 했었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딱히 별 이유가 있었던건 아니었다.
신축 건물 2층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는데 동급생 중 한 명이 농담으로
"제아무리 잘난체 해봤자 거기에서 뛰어내리지는 못할 거다. 겁쟁이야" 라며 놀렸기 때문이다.
사환에게 업혀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눈을 부릅뜨고
2층에서 떨어져서 허리를 삐는 놈이 어디 있느냐고 나무라자
다음부터는 다치지 않고 뛰어내려 보겠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