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비즈
집필서
절판
마흔 넘은 딸과 예순 넘은 엄마의 난생 처음 인문학적 집짓기
엄마, 일단 지읍시다!
"어느 날, 엄마가 정말로 집을 가지기로 결정하셨다. 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집이 있었지만 당신만의 따뜻한 삶의 장소가 없으셨다. 지금까지 엄마의 집은,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그저 거쳐 가는 공간이었다. 엄마는 그곳에서 언제나 엄마의 장소를 차마 삼가며 그저 꿈꾸셨을 것이다.
엄마가 집을 지으면서 가족의 역사가 다시 쓰였다. 가족의 역사를 다시 쓰는 일은 한 시대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것과도 같다. 과거의 역사는 지금 이 시대가 어떠한가에 따라 달리 쓰인다. 가족의 역사도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재해석된다. 과거의 고통도, 슬픔도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자의 프롤로그 중)
집을 지으며 엄마와 딸이 과거와 화해하다
평범한 시골 엄마와 인문학자인 딸이 태어나 처음으로 집을 짓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욕망이 드러나기도 하고, 상처가 건드려지기도 하고, 불안이 감지되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경험이었다.
저자는 엄마와 집을 지으면서 과거의 기억들과 만났다. 새로 집을 올리는 과정은 기억을 정화하는 과정과 통하기 때문이다. ‘살고 싶은 집’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개인의 소망을 떠올려야 하는데 개인의 소망은 상처와 닿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집짓기는 잊고 있었던 과거와 맞닥뜨리는 일이자, 자신의 숨겨진 내면을 끄집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를 소환하고 그로 인해 빚어진 현재를 되돌아보며 그걸 딛고 설 미래를 꿈꾸는 과정에서 선생님은 엄마뿐 아니라 자신의 아이와의 관계도 다시 보게 되었다. 집짓기는 엄마-딸-아이의 3대를 관통하며 관계를 재배열했다.
특별하지 않은 집, 특별한 집짓기 이야기
모녀의 설계에서 주인공은 ‘집’이 아니라 ‘삶’이었다. 그 집에서의 엄마의 모습, 엄마의 걸음, 엄마의 시선, 엄마의 감정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웅장한 이층집도 아니고 화려한 정원도 없으며 최신 인테리어도 하지 않은 집. 거기에 온전히 있는 건 엄마, 그리고 엄마의 남은 삶이었다.
사연이 없는 것들은 버려졌다. 즉 과거가 없는 것들은 새집에 들어올 수 없었다. 새집은 과거를 껴안고 현재의 반석 위에 미래를 꿈꾸며 지어졌다. 조연으로 있던 가족들이 하나 둘, 삶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찾았다. 딸의 아버지도, 딸의 아들도 이 새집에서 각자 새 삶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엄마와 집짓기"는 관계의, 그리고 인생의 리모델링이 되었다.
집의 가치와 행복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다
한동안 집은 재테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거기엔 삶이 없었다. 이제 집은 달라지고 있다. 길어진 삶에 대비해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면서 소박한 삶, 따뜻한 집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잘 지은 집은 사람의 역사를 바꾸고 관계의 이야기들을 생산해낸다는 진실을 공유하고 싶다. 얼마에 집을 지을 수 있는지, 얼마나 예쁘게 집을 수 있는지 등의 정보는 나오지 않지만, 집을 잘 지음으로써 어떻게 삶이 의미를 되찾는지 따뜻하고 뭉클하게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