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비즈
번역서
절판
'자기'계발서 대신 '상호'계발서로 돌아온 21세기의 소로우, 콜린 베번
《노 임팩트 맨》 이후 10년, 자연을 넘어 삶과 행복의 가치를 되묻다
《당신의 행복이 어떻게 세상을 구하냐고 물으신다면》의 저자 콜린 베번은 이미 10년 전, 자신의 신념을 위해 일상의 불편까지 감수해버린, 그야말로 '원조 힙스터'다. 뉴욕이라는 도심 한복판에서 환경주의자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모험을 담은 전작《노 임팩트 맨》은 15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 동명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을 넘어 '우리'가 함께 살아나가기 위해 필요한 고민을 시작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이 말하는 행복 말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 그게 행복 아닐까? 이 책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화두로 인문, 사회, 과학, 종교, 동양 사상을 넘나들며 저자가 구한 10년간의 답변이다. 더 나은 삶은 물질의 축적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사소하고 단순한 의사결정들의 밀도로 규정된다는 그의 주장은 그 어느 세대보다 불안한 미래를 앞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본문 엿보기
다들 나처럼 1년은 살아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당시에 만든 원칙을 지금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지만 나도 지금 그렇게 살고 있지는 못하다. 다만 내 경험과 그동안 만난 수많은 구도자들을 통해 분명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자신의 가치관과 열정, 관심사에 상응하기 위해 기울이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세상과 나를 위해 유익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것과 세상에 충실한 것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_24쪽
지금, 신종 선박이 바다를 돌아다니며 진공청소기처럼 플라스틱을 전부 빨아들일 거라는 기사가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행이다!”와 같은 상태 업데이트 메시지와 함께 페이스북 메인에 이 기사의 링크를 걸어놓았다. “다행이다!”의 뒤에 숨은 뜻이 있다면 그건 “이제는 그 문제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일 것이다. _84쪽
수많은 인생탐험가들은 바람직한 인생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공유와 물물교환, 전기에서부터 음식과 주거공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협동 생산하는 생활에 익숙해진다.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기보다 짬을 내서 가치를 직접 창출한다._208쪽
개인 공동체의 혜택이 개인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을 넘어 세상으로 퍼져나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면 당신과 그 사람만 혜택을 입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그 사람이 기존에 관계를 맺고 있었던 사람들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따라서 탄탄하게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지하면 당신과 그 네트워크 안의 모든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 각자의 네트워크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 (사실상) 전 세계가 좀 더 효과적이고 나은 삶을 영위하면서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개인 공동체 구축은 자기 보호와 아량이 한데 어우러진 훌륭한 행동이다.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통합 이론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_348쪽
아이를 낳지 않고 그 시간에 남을 돕겠다고 하면 이 역시 바람직한 자세로 간주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기적인 태도와 이기적이지 않은 태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행복을 위해 할애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가 되어야 한다._387쪽
나는 아무리 우울한 순간에도 딸을 낳은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딸아이는 내게 최고의 사랑이다. 그래도 모험이 있는 삶에 대한 동경은 여전하고, 그런 모험을 떠날 수 있는 미래를 손꼽아 기다린다. 나는 배낭을 메고 세계 여행하는 날을 꿈꾼다. 내가 없다고 피해를 입는 사람은 없을지 걱정할 필요 없이 오랫동안 명상 수행을 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가끔은 아프리카에 가서 우물을 파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둘째를 낳으면 이걸 무슨 수로 다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벨라의 아버지 노릇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육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마음은 없다. 솔직한 고백은 여기까지다._394~395쪽
우리는 본연의 모습으로 지내면 원하는 지점에 다다르지 못할까 걱정하지만, 본연의 모습으로 지내다 보니 다다른 지점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지점이다._437쪽
밖이 영원히 어느 정도 개판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안이 개판이 된다. 왔다가 사라지는 번민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휩싸여 삶의 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는 데 전력을 다하면 그렇게 된다. 인간으로 지내는 과정에 동요하면 그렇게 된다._516쪽
세상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안정감의 원천으로 삼는 경험 많은 인생탐험가들의 경우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좀 더 교활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컨대 나는 세상을 도우려고 하는데 이 사람 때문에 그게 잘 안 되잖아. 그러니까 이 사람한테 화를 내도 돼. 세상을 돕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이런 착각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_524쪽
세상에 보탬이 될 방법을 찾다 보면 내가 행복해지고 내가 행복해지면 세상이 행복해진다. 열정을 따르자는 것이 이 책의 좌우명이다. (중략) 소유와 음식과 교통수단과의 관계를 바꾸는 것에서부터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는 것, 상호 연대 관계를 건설하는 것,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 명상이나 사색을 겸한 기도를 통해 세상의 잡음을 극복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논의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은 힘이 되지만 끝이 없는 과정이기도 하다. 말후구가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끝이 없는 과정이다. 매 순간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자문해야 한다. 자기만을 위해서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만을 위해서도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다._5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