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출판네트워크

기획연재

미국에서 IT 전문가로 일한다는 것(1) - 경쟁력 있는 경력 쌓기

한빛아카데미

|

2016-06-14

by 송기봉

어느 직업을 택하든 일을 제대로 배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지식, 기술, 노하우를 일을 통해 배울 때, 내가 속한 조직의 특성과 구성원의 자질은 배움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면에서 IT 전문가로 미국에서 일한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다. 미국은 IT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나라다. 따라서 다른 어떤 나라에서 일하는 것보다 최신 기술을 빠르게 접할 수 있으며 고급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기회 또한 많다. 뿐만 아니라 업무 몰입도가 높은 동료들과 일하는 것은 ‘일 잘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우리나라 기업을 보면 느슨한 업무 환경이나 잡무 때문에 근로자들이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즉 근무 시간을 생산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이 이런 환경에 놓이면 일과 관련해 좋지 않은 습관이 몸에 밸 수 있다.

 

체계적으로 조직된 업무 환경과 그렇지 않은 업무 환경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의 차이는 초기보다는 몇 년 후 중간 관리자나 프로젝트 관리자로 성장했을 때 크게 벌어진다. 잘 조직된 업무 환경에서 일을 시작한 사람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좀 더 높다. 또 조직의 문제점을 파악하거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의 통찰력을 얻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성과 지향 문화

미국의 기업 문화가 상당히 개방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업무 강도가 세지 않을 거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기업 문화는 ‘성과 지향’이라는 말로 대표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에 비해 조직 내 의사소통에 격식을 따지지 않고 수평적인 편이지만,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은 성과 지향 문화다. 의사소통 형식보다는 그 내용과 전달 시기가 성과에 더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러한 문화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미국 기업에서는 조직의 문화나 업무 특성들이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경영진은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조직 문화를 이해하고 업무를 수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근무 시간 중 업무 강도는 상상 이상으로 높다. 야근이나 주말 특근이 적은 이유도 초과 근무가 장기적으로 볼 때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업무 경험을 쌓으면 자연히 성과 지향적인 자세를 갖게 된다. 성과 지향적 자세가 몸에 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최고 경영자는 둘 중 누구를 승진시키겠는가?

 

 

이직 시 경쟁력 확보

요즘은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종신 고용제란 말도 듣기 힘들다. IT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프로 운동선수처럼 일정 기간 근무한 후 가치를 더 인정해주는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때 그동안 일한 조직에 대한 업종 내 평판이 개인이 지닌 능력과 더불어 매우 중요하게 고려된다.

 

특히 IT 직종에서 세부 분야별 선도 기업에서 일한 경험은 개인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세계적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업체인 오라클에서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면 나중에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조직으로 이직할 때 매우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미국에는 IT 세부 분야별로 오라클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다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인텔, IBM, 야후, 페이스북, 아마존, 페이팔 외에도 네트워크 전문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컴캐스트,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인 버라이즌과 AT&T, 하드웨어 제조 기업인 델과 휴렛패커드, 정보보안 전문 기업인 시만텍, 멀티미디어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와 훌루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기업들에서 초기 경력을 쌓는다면, 수많은 헤드헌터의 연락이 귀찮게 느껴질 정도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일하고자 하는 조직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은 채 ‘일단 어디든 들어가자’ 또는 ‘어디서든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마인드로 직장을 선택한다면, 1년 아니 짧게는 6개월도 안 돼 이직을 고민하게 될 수 있다.

 

사실 이직 고민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개인 역량에 아무런 발전이 없는데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아무리 열정적이고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젖은 낙엽’ 같은 구성원 혹은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화를 장시간 경험하면, 본래의 긍정적 자질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력서를 제출하기 전, 지원하는 조직이 나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몇 년이 지난 후 내 경쟁력은 어떻게 변할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출근 첫날을 상상할 것이 아니라, 5년 또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aca_img.jpg

 

댓글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