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비즈
번역서
절판
남녀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사회가 ‘삼식이’와 ‘남편살이’를 만든다
영식님, 일식군, 이식이, 삼식이...
누구를 부르는 말일까? 은퇴 후 집에서 아침, 점심, 저녁 3끼의 식사를 하는 남편을 '삼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세 끼를 모두 차려야 하는 스트레스를 표현한 말이지만, 남편과 오래 있는 시간이 여성에게 정신적 영향을 끼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실제로 은퇴한 남편을 둔 아내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70%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퇴직 후 부부 사이에 갈등이 심해져 ‘시집살이보다 힘든 남편살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부부 사이에 가로 누운 시공간의 틈
이렇듯 은퇴 후 부부가 같이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부 사이는 왜 시간이 지나면서 어색하게 되는 걸까?
교외에서 사는 남녀의 일상적 이동시간을 비교하면 남성은 여성의 세 배 가까운 이동시간을 통근에 사용한다. 평일에 남편과 아내는 생활공간도, 공유하는 공간도 완전히 다르게 된다. 그리고 이 시공간의 차이는 남녀의 생활관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남편과 아내가 한 자리에 누워 있어도 그 사이에는 어둡고 깊은 시공간의 틈이 있고, 이 틈은 수많은 남편과 아내가 비록 '평생'을 함께 해도 '생활'을 함께 하지 않은 것으로 만든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외로운 남자
그렇다면 남성은 왜 은퇴 후에 외로워지는 걸까? 그것은 사회가 남성에게 직장 제일주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남성을 삶에서 일 이외의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만들고, 일 이외의 인간관계도 극도로 얕게 만든다. 교외의 주택지가 가정을 지키는 주부(여성)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 한다면, 도심부는 일하는 피고용자(남성)의 시공간이라 할 수 있다.
남자는 은퇴하면 아무런 네트워크도 없는 주택지 공간에 남겨지게 된다. 행복도로 보면 남성은 여성보다 낮고, 고독사나 자살자수도 여자의 두 배다.
그래서 남자가 퇴직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낯선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부인이 전업주부였다면 살던 동네에서 인맥이 두텁기 때문에 퇴직한 남편과 놀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년 남성은 지역사회와의 관계나 가족간 관계, 사적인 인간관계로 별로 없는 특징이 있다. 저자는 이것을 ‘남성의 관계빈곤’이라고 부른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여자
전업주부라고 하면 남편과 아이들을 배웅한 뒤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이 연상되는가? 하지만 그런 한가한 주부는 환상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실제 여성은 집안일, 육아가 포함된 총 노동시간이 남성보다 길고, 수면시간은 짧다. 그러니까 여성은 시간이 없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에게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계속해서 가사도, 일도, 육아도 완벽하게 하는 완벽한 여성상을 요구한다.
육아와 일, 가사에 치여 사는 여성의 모습은 미혼여성도, 딩크족 여성도 결혼이나 출산에 섣불리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다.
게다가 미혼 여성은 결혼과 출산은 젊을 때 해야 한다는 식의 사회적인 제한에 쫓긴다. 결혼, 출산, 육아의 타이밍과 커리어의 양립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고, 결국 인생의 자유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저자는 이것을 ‘여성의 시간빈곤’이라 부른다.
남녀가 모두 행복한 사회를 위해
고령화에 따라 늘어가는 고독사, 지역과 가정에서의 고립, 황혼이혼, 50대 이상 미혼자의 증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사회적 불임’....
남성의 관계빈곤과 여성의 시간빈곤은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문제를 부른다.
우리는 왜 이토록 평범한 행복도 누리기가 어려운 것일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남녀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주로 직장인 가정이 안게 되는 두 가지 문제를 검토한다. 남성, 특히 직장인들에게는 진정한 의미의 인간관계가 부족하고 갈 곳이 없으므로 쉽게 고립된다. 한편, 여성은 압도적으로 시간이 없다. 더구나 남성과 여성이 서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비극적이다.
최근 일본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사회학자 미나시타 기류가 현대 남녀가 처한 가장 큰 문제를 “남자는 갈 곳이 없고, 여자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하며, 남녀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론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