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누군가에 추천해야 한다면, 글쎄.. 선뜻 추천할 수는 없는 그런책이었다.
보통, <좋은데, 추천하지 못한다> 라고 하는 것은, 그 추천 대상이 취향을 타는 것이라서, 이 좋음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이 책의 멋짐을 좋음을 알 수 있는 안목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뭘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은 초심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초심자를 위한 책이 아니었다.
소위 고인물을 위한 책으로, 최소한 온톨로지를 이용해서, 의미 구조를 만들어보고, RDF/OWL을 사용해보고, DL과 FOPC의 차이를 알고, DL의 표현력의 범위가 왜 다르고, 그 달라짐에 의해서 무엇이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아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둘째, 시멘틱 모델링에 대한 경험이 있다고 해도, 중급자 이상을 위한 책이었다.
관련 분야에 대한 입문 과정을 거친 사람이라고 해도, 이 책의 대상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어떤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면 안된다" 라는 것, 즉 작가의 실패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사례를 얘기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무슨 스텍오버플로우 사이트에서 버그를 고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프리젠테이션 젠" 같은 책처럼, 시멘틱 모델링을 잘 하기 위해, 피해야 하는 문제들을 높은 추상화 수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요컨데, 이 책은 시멘틱 모델링에 대한 입문서가 아니라, 시멘틱 모델링의 유경험자들이, 더 좋은 모델링을 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었다.
단순히 어떤 기능이 돌아가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그 기능을 만들어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구현 방법들과 각 방법들의 장/단점,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모호함의 오류를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었다.
마치, 고인물들이 프로젝트가 끝난 다음에 회식자리에서 술 적당히 마시고, 담배피러 나와서, "아, 그때 그건 좀 이렇게 했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그치, 근데 그렇게 하면 이런 상황에서는 대응할 수 없으니까, 요렇게 해 봐야 할거 같아", "그거 괜찮네. 아 잠깐, 근데 만약 그렇게 했을 때,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되지?" 라는 얘기하는 것과 같았다.
이런 얘기에 끼어들어서 같이 농담하면서, 말을 섞기 위한 수준에 올라온 독자라면, 이 책은 정말 도움이 되는 소중한 책일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냥 빨리 술자리가 끝나서 집에 가기만을 바라고 있게 되는 것과 같은 책이었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본인 역시, 이 책을 읽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다 이해했다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예전에 모델링을 하면서, 접했던 문제들, 당시에는 해결책을 몰라서, 대충 뭉개고, "그런 경우는 거의 없을테니까, 대충 이정도로 마무리해도 괜찮겠지" 하고 덮고 넘어갔던 문제들에 대해, 왜 그 방법이 잘못되었고, 어떤 식으로 풀어나갔어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아.. 이 책을 그때 읽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좋은 책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이해가 안되는 것들, 고민하지 않았던 것들("이게 왜 중요하다고 하는 거지?" 라는 이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 문제점에 대한 제기 자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책의 진도를 빼기 힘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의 문장이, 원래의 문장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장황한 면이 많았다. 당장 다음의 예를 보자.
"우리가 함께 앉아 11장에서 설명한 모든 작업을 수행하며 여러분의 시멘틱 모형과 컨텍스트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만들지 않는 한, 여러분이 다른 것을 대신하는 한 가지 모형화 언어를 사용하거나 다른 것을 희생하면서 품질 차원을 최적화 해야 한다는 식으로 내가 여러분하게 말한다면, 이는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무책이만 말이다. 그렇게 하는 대신에 나는 여러분의 상황이 어떤 잠재적인 위험을 포함할 수 있는지, 그러한 위험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특정 선택과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완화하는 벙법이 무엇인지를 제시함으로써 여러분이 감내할 만한 위험을 알려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하면 여러분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효과적으로 탐사할 수 있다."
이게 3문장이다.
그나마 내용이 어려울 것이 없어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문장이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독자가 경험하지 못했던 문제의 중요성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다른 이슈들을 이런식의 길고 장황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정신을 잠깐이라도 놓으면, 문장 속에서 순식간에 길을 잃게 된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무의미한 책이지만,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훌륭한 책이었다.
다만, 오늘날, 인공지능 하면 기계학습, 기계학습하면 딥러닝이 대세인 환경에서, 심볼릭 기반의 인공지능을 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과연 이 책이 유효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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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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