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사피엔스 자녀를 둔
호모사피엔스 부모의 두려움
“민준아, 게임 시간 지났다!” 게임에 빠진 아이 앞에서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 게임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왜 이렇게 불안할까? ‘게임세대’로 태어난 내 아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건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게임문화 강연자로 활약 중인 이장주 박사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같은 고민을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다 똑같아요. 다만 대처법을 몰라 막막한 거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태어난 세대와의 관점 차이 때문에 소통은 더욱 어렵죠. 이때 부모의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 딱 부러지는 답을 들은 적이 없는 거예요.”
아이들이 부모와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는지 최근의 연구와 현상들을 찾아봤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아이와 부모의 효율적인 의사소통법을 찾고 새로운 관계를 이끌어내는 것, 그게 이 책의 주요 얼개였습니다. (중략) 여럿이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는 누군가 먼저 시작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용기를 내어 이 책을 썼습니다. _에필로그 중에서
게임하는 아이의 마음을 읽으라,
게임세대의 높은 가능성을 믿으라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게임하는 아이의 마음 읽기다. 게임을 할 때 아이가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아이에게 게임은 어떤 의미인지를 짚어본다. 2부는 게임이 스펙이 된 세상을 살펴본다. 장차 진로와 취업을 고민해야 하는 부모와 교사 입장에서 게임문화와 게임산업의 이해는 이제 필수다.
3부는 부모의 착각과 편견을 점검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고, 아이의 잠재력 향상을 위해 부모에게 필요한 태도를 짚어본다. 4부는 게임세대와 소통하는 방법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한 사례와 응용법이 제시된다. 부모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잠재력은 크게 바뀔 수 있다.
‘존중’은 상대방의 의견과 동일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대와 의견이 다르지만,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부모님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게임하는 것을 존중하는 건 충분히 가능합니다. “엄마는 게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네가 그렇게 좋아하니 엄마도 좋아할 수 있게 노력해볼게.” 이런 말을 들은 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_p.229
지혜로운 부모의 게임 활용법
재능을 키우는 옵션은 있다
그동안 게임을 말리거나 게임 시간을 관리해주는 정도로 아이를 지도했다면, 이 책은 지혜로운 부모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권한다. 저자는 이를 ‘또 다른 옵션’이라 말한다. 게임을 적극 지지하고, 오히려 게임을 활용해 아이의 재능(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옵션이다.
이 옵션에는 왕도가 없다. 다양한 지식과 기술 중에 우리 집 상황에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어떨 때 이 기술을 선택하는 게 효과적인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시간을 들여 직접 해봐야 한다. 게임하는 아이의 마음을 살펴보고, 게임이 바꿔나가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면 두려움은 걷히기 시작한다. 게임에 대한 철학을 제대로 세운 부모의 불안은 ‘자신감’이 된다.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데는 게임 밖에서 인정과 존중을 받는 경험이 적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과 존중이 고팠던 것일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 마음이 좀 짠합니다. 게임 속에서 받은 인정과 존중을 부모님으로부터 충분히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_p.227
책 속으로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게임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하는 게임은 어떤 것인지, 게임이 다른 영역과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 게임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다각도로 살펴보고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씩이라도 지식이 쌓이면 두려움은 줄어들고, 대응에 있어 자신감이 생깁니다. _pp.21∼22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돈을 들여 쓸모없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추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쓸모없는 일을 만드는 행위가 매우 쓸모 있어지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게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게임을 제공하는 산업이 활성화되는 현상은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햇볕이 강할수록 쉴 수 있는 그늘의 가치가 올라가듯, 생산성과 효율성이 극대화될수록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치 또한 높아집니다. 산업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그 중요성은 재평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_p.44
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의 중간대상으로 게임이 충실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착 인형과 장난감을 거쳐 게임을 통해 최첨단 기기의 활용 방식을 습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부모 세대는 게임을 중간대상으로 사용해본 경험이 적습니다. 그래서 낯설고 당황스럽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세상이 변하면 적응 방식도 달라지지만, 그 원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_p.68
어른도 아이도 모두 사람이기 이전에 동물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본능의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들이 통제력을 얻기 위해, 자유를 느끼기 위해 선택하는 활동 중 하나가 게임입니다. 부모가 말리고 금지할수록 게임이 고파지는 것이죠. 꼭 게임에 국한된 얘기는 아닙니다. 덕질 같은 행위도 아이들이 통제력을 누릴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심리적 피난처입니다. 이를 제거하면 부모의 생각과 반대의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혜로운 부모는 부모의 헌신과 희생, 관심이 자칫 독이 될 수 있음을 늘 주의합니다. 부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자녀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_p.84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가 게임을 얼마나 오래 하는지만 보지 않습니다. 어떤 게임에 어떻게 몰두하는지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게임 속에서 얼마나 끈기 있게 협력하고 임무를 수행하는지 말입니다. 게임 경험이나 능력은 향후 대학이나 기업에 제출할 자기소개서에서도 독창적인 역량을 뽐내는 소재가 될 것입니다. 자녀들의 게임 속 경험을 대화 소재로 삼아보시길 권합니다. 그 속에서 애자일 경험이 있었다면 그런 경험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칭찬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_p.111
최근 더 중요한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 공연하는 것을 넘어 게임과 같은 세계관을 도입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노래를 발표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세계관을 주제로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BTS입니다. BTS의 노래와 춤은
그들만의 스토리로 세계관을 구축한 게임적 요소와 결부되어 있습니다. 팬과의 단단한 결속을 돕는 부분입니다. _pp.132∼133
구글과 애플은 왜 인재를 뽑을 때 대학 졸업자를 선호하지 않거나 자사의 교육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할까요? 애플의 팀 쿡이 밝힌 것처럼, 현실의 대학이 메타버스에서 필요한 능력을 가르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대학과 졸업장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캠퍼스를 메타버스로 옮겨 메타버스에서 필요한 역량을 교육해야 합니다. 지금 초등학생들이 로블록스와 제페토에서 일상적으로 즐기는 것들이 세계 최고의 빅테크 기업이 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현실의 대학에서 가르쳐주지 못하는 기술과 지식 말입니다. _p.157
아버지가 변호사이고 어머니가 교수인 집이 있는데, 중학생 막내아들이 공부는 제쳐두고 게임에만 열심이었습니다. 막내아들의 꿈은 게임방송 크리에이터였지요. 부모는 큰 결심을 하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시켜주기로 합니다. 프로게이머를 육성하는 게임 학원에 등록시켜 준 겁니다. 게임 수업을 지켜본 아버지는 “처음으로 아이가 안 빠지고 다니는 학원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통해 배려심과 협업 능력을 배울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나에게는 놀라운 경험이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죠. 부모가 아이에게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면, 아이도 부모에게 똑같은 신뢰로 답합니다. _pp.199∼200
“게임 그만해라”라는 말은 꼭 피해야 할 신호입니다. 대신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어?” “게임 잘되고 있어?” 이렇게 물어보시죠. 비아냥이 아니라 진심으로 알고 싶다는 태도를 가지고 말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새로운 습관을 뇌에 각인시키는 데 최소 3주가 소요된다고 합니다.68 어색하더라도 3주 정도 인내심을 갖고 신호를 바꿔보면 이전과 다른 대화의 맥락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_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