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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직 안 죽었다

낀낀세대 헌정 에세이

한빛비즈

집필서

판매중

나 아직 안 죽었다
좋아요: 2
  • 저자 : 김재완
  • 출간일 : 2021-04-02
  • 페이지 : 232쪽
  • ISBN : 9791157844906
  • 물류코드 :3328

합계 : 13,050

  • 당신의 이야기였고,

    당신의 이야기고,

    당신의 이야기가 될 이야기

     

    이건 세상 평범한 74년생 저자의 이야기다. 따스운 가족의 이야기부터 인생의 토대가 되어준 유쾌하고 그리운 추억, 어른들 말만 믿고 착실히 살아 들어간 회사에서 씨-게 맞은 통수 이야기, 그리고 극복과 진짜 내 인생을 찾기 위한 도전에 대해 주절거리는 이야기. 

    안다. 자칫 이 이야기가 위로는 386세대, 아래로는 MZ세대 사이에 끼여 ‘나 아직 안 죽었다’를 외치는 X세대 꼰대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나이는 ‘요즘 것’들과 ‘꼰대’를 나누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고, 사람은 누구나 ‘요즘 것들’이 되었다 ‘꼰대’가 되었다 한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너무 날을 세우면서 보지 않기로 하자. 《나 아직 안 죽었다》는 단지 누군가에게는 함께 추억을 회상할 추억 팔이의 장(場)이, 인생이 고달픈 누군가에게는 서로를 토닥여줄 수 있는 따뜻한 수다의 장이, 신선하고 재미난 뉴-페이스 글쟁이를 찾고 있는 사람에게는 숨은 진주가 되어줄 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의 삶은 대부분 비슷하다. ‘문제 있는 요즘 애들’ 소리 들으며 자라다가 ‘답 없는 꼰대’ 소리 들으며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 하지만 이 책만큼은 세대 구분 없이 편하게 읽었으면 좋겠다. 내 또래들은 마음껏 함께 추억을 회상하고, 중간중간 나는 어땠나’, ‘지금은 어떤가’ 하면서 앞으로의 삶을 재정비하고, 젊은 친구들은 ‘아, 사람 사는 거 크게 다르지 않구나’, ‘저 땐 저랬구나’ 하면서 재밌게 읽어주면 좋겠다. 나의 이야기를 발판 삼아 더 멋있게 살아도 좋겠다.”

    프롤로그 중

     

     

    누구나 추억하고 싶은 

    ‘그때’가 있다!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침이 되어도 그칠 줄 몰랐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 잔뜩 지친 상태로, 비에 젖은 텐트를 둘러맨 우리는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버스 좌석에 남아있는 지나간 사람들의 온기를 느끼며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비가 그쳐 강렬한 태양이 무거운 눈꺼풀을 자극할 즈음, 누군가 차창 밖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정차 벨을 눌렀다.

    “바다다~~~”

    <스무 살, 그 여름> 중

     

    추억은 누구의 것일까? 그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 이제 추억은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도 즐길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여름이었다’ 드립, 응답하라 시리즈의 인기, 온라인 탑골 공원의 유행, 온갖 레트로 소품과 가게들. 그 시대를 향유했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추억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열광한다. 

    저자는 여기에 숟가락을 하나 얹으려고 한다. 당신이 온 힘을 다해 추억하고, 즐기고, 동경할 이야기를 그득하게 담아 놨다. 그리고 문을 활짝 열어 놨다. 누구든 들어와라. 그리고 맘껏 즐겨라. 추억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때 더 가치가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고, 네 잎 클로버를 찾아 헤매던 시절의 고단함이 그립다. 스마트폰으로 쿠폰을 토스하며 생일을 축하하는 대신, 좋아하던 가수의 테이프와 LP를 직접 건네던 시절의 불편함도 그립다.

    <내가 사랑한 그리운 것들> 중

     

     

    험한 세상을 외로이 구르는

    짠한 회사원의 이야기도 담겼다

     

    ‘열심히 공부해서 회사 가고, 착실히 일해서 결혼하면 그게 행복이다’는 어른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따랐다. 그랬더니 공황장애를 선물 받았다. 

    저자의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다. 한때는 어른들 말처럼,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회사에 취직만 하면 자동으로 일이 풀리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행복한 일들이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회사 생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고, 행복보다는 고통의 시작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를 다니며 몸과 마음을 다쳤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회사를 먼저 다녔던 저자가 자신의 썰을 풀기로 했다. 이거 보고 후배들은 좀 먼저 알고 대비하라고, 친구들은 좀 피해가라고.

    이 책을 읽으면 이 험한 세상 외롭게 똥밭을 구르던 저자가 회사에서 어떤 통수를 맞고 어떻게 이겨냈는지, 남은 인생을 조금이라도 유쾌하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도 알 수 있다. 아마도.

     

    나아죽_상세 750.jpg

  • [저자] 김재완

    세상 평범한 74년생 직장인이다. 다만, 역사와 글쓰기를 좋아해 《찌라시 한국사》와 《찌라시 세계사》를 출간하며 ‘작가’라는 부캐를 얻었다. 새로 얻은 타이틀에 심취해 시나리오, 에세이 등 근본 없는 글쓰기를 이어가다 오마이뉴스 기자의 추천으로 쓴 시리즈 연재물로 누적 조회 수 32만을 찍었다. 이에 도취된 저자는 에세이에 도전하였고, 눈먼 편집자와 함께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위로는 베이비부머, 아래로는 MZ세대 사이에 낀 ‘낀낀세대’의 대표주자로, 짠내나는 아재지만 우울하거나 비관적인 사람은 아니다. 여느 직장인들처럼 매일 퇴사를 꿈꾸지만 주어진 현재를 성실히 살아가려 노력하며, 회사 안팎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중이다. 자신처럼 어딘가에 끼여 인생이 체한 것 같다 느끼는 모든 당신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잘 읽어주길 바란다.

  • 프롤로그

     

    가족: 피가 되고 살이 되고

    l  택배는 엄마를 싣고

    l  나의 라이언 킹

    l  어서 와, 효도여행은 처음이지?

    l  나는 아버지의 월급봉투를 먹고 자랐다

    l  엄마의 끼니

    l  단지 널 사랑해, 이렇게 말했지

    l  당신의 옹산은 어디인가요

      

    추억: 한 뼘 더 자라나고

    l  내 인생의 가요톱텐

    l  Dear my Basketball

    l  스무 살, 그 여름

    l  내 친구 에드워드 펄롱

    l  아이 러브 스쿨1

    l  아이 러브 스쿨2

     

    업業: 엎어치고 메치고

    l  새해 첫 출근, 내 책상이 사라졌다

    l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었다

    l  퇴사 후 치킨집 말고

    l  스트레스 지수, 제 점수는요?

    l  토익 260점이 살아가는 법

    l  100세 미만 꿈 포기 금지

    l  이젠 그들을 놓아주기로 했다

    l  위험! 레드오션에 진입하셨습니다

     

    현생: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l  나는 퇴근 후 녹음실로 간다

    l  템플스테이, 속세 탈출 넘버 원

    l  저질체력 직장인의 걷기 예찬

    l  아파트 분양권을 포기하고, 빌라를 매매했습니다만

    l  40대 소년들의 송년회

    l  코로나의 중심에서 BTS를 외치다

    l  내가 사랑한 그리운 것들

    l  김 차장의 부캐는 작가 

  • 책 속으로 

     

    5회가 지나면 아버지는 체육사 건너편 제과점에서 500원짜리 햄버거와 바나나우유를 사 왔다. 1984년도 9살 시골 소년에게 햄버거는 경외 그 자체였다. 고작 케첩에 싸구려 패티와 쓴맛이 나는 양배추가 버무려진 햄버거였지만 좋았다. 하지만 사실 더 좋은 건 아버지와 야구를 보는 것이었다. 당시 나의 라이언 킹은 아버지였다. _19~20쪽, <나의 라이언 킹> 

     

    장미여관의 노래를 들으며 나와 같은 직장인이었던 아빠 냄새를 떠올려 봤다. 그 냄새는 선지해장국 냄새였다.

    아버지는 힘든 날이면 선지해장국에 소주를 마셨다. 그래서 어린 시절 나는 다짐했었다. 내가 어른이 되면 회사 다니느라 힘든 우리 아버지께 선지해장국에 비싼 수육까지 꼭 사드려야지라고. 하지만 나는 결국 그 쉬운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_39~40쪽, <나는 아버지의 월급봉투를 먹고 자랐다>

     

    나는 20년 넘는 회사 생활이 고되긴 했지만, 주말이나 휴가 때는 쉬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들은 남편과 자식들이 쉬는 휴일에도 끼니를 준비했다. 분명 엄마의 끼니가 통장에 잔고로 남지는 않았지만, 자식들에게 사랑으로 누적되었을 것이다. 사장님이 모든 직원을 돌볼 수 없어 법인카드를 만들었고, 신이 모든 인간을 돌볼 수 없어 대지에 어머니를 내리셨다고 한다. 엄마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아 좋게 들리진 않지만, 살아보니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된다. 엄마의 청춘과 맞바꾼 끼니가 없었다면 나의 청춘은 참으로 곤궁했으리라. _47쪽, <엄마의 끼니>

     

    곶감과 자전거로 대표되는 나의 옹산은 인구 십만의 소도시다. 어린 시절에는 그놈의 곶감 때문에 과자를 먹을 기회를 박탈당하기 일쑤였다. 엄마에게 백 원만을 외치면 ‘곶감 있잖아’라는 대답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샤브레나 맛동산을 사 먹는 도시 아이들이 부러웠고, 곶감이 그렇게 지겨웠다.

    (중략) 그때는 그랬다. 자전거 대신 자동차를 타고 싶었고, 곶감 대신 과자를 먹고 싶었으며, 감나무 대신 가로수가 즐비한 길을 걷고 싶었다. 한마디로 이곳을 떠나기만을 갈망했다. _56~57쪽, <당신의 옹산은 어디인가요>

     

    고등학교 시절 나는 이승환에, 내 친구 욱제는 신승훈에 열광했다. 욱제를 이승환 음악에 입덕시키기 위한 나의 노력은 눈물겨웠고, 녀석의 지조는 쓸데없이 드높았다. 그런 욱제를 무너트린 곡은 바로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이었다. 그때는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얼마나 반복해서 들었는지, 나중에는 CD가 아니라 테이프인데도 불구하고 오직 손끝 감각으로 노래의 정확한 시작점으로 찾을 수 있었다. _68~69쪽, <내 인생의 가요톱텐>

     

    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코비. 그의 죽음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그와의 이별이 나의 과거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진 듯한 느낌,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랑했던 것과의 이별에 의연해지는 순간, 나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_81쪽, <Dear my Basketball>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속도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그동안 속도에만 포커스를 맞추다 이 꼴이 났다. 이제는 조금은 느리게 나아가려고 한다. 물론 세상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르게 돌아가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_155쪽, <스트레스 지수, 제 점수는요?>

     

    인생이 이렇다. 포기만 안 하면 된다. 왜 야구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인생도 야구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건 이 책을 읽는 독자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하는 주문이기도 하다. 지지 마라. _164쪽, <토익 260점이 살아가는 법>

     

    한때 대형서점의 한 코너가 ‘퇴사’에 관한 책들로만 채워진 적이 있었다. 책 제목만 봐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짜릿한 제목들. 물론 현실은 책 제목들처럼 녹녹하지가 않다. 퇴사 이야기는 ‘공주와 왕자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의 결말과 비슷하다. 이렇게 퇴사 후의 삶이 근사해질 확률이 희박함을 이미 알기에,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나마 대리만족을 느끼려 했던 건 아닐까? _185쪽, <나는 퇴근 후 녹음실로 간다>

     

    모든 일정은 끝이 났다. 다시 집에 갈 것을 생각하니 묘한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정신만은 아주 튼튼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별거 없던 절에서의 일정이 이런 큰 위로를 선물할 줄은 몰랐다. 비록 이 모든 긍정 파워가 월요일 출근과 동시에 연기처럼 사라질지라도, 이런 작은 휴식들과 재충전이 모여 올해의 나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짧게나마 정들었던 사람들과 인사하고 절을 내려가니, 저 멀리 아내가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좀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올 한 해도 우리 가족 잘 부탁한다, 김 차장! _195~196쪽, <템플스테이, 속세 탈출 넘버 원>

     

    막상 20년 만에 친구들에게 글로 마음을 전하려고 하니 손발이 저렸다. 맘 같지 않은 손을 움직여 항상 해피 바이러스를 뿜어내는 그에게는 탈모 탈출, 발모의 기적을! 프랜차이즈 사업에 첫발을 들인 이에게는 백종원의 신화를, 골프광 친구에게는 프로골퍼 테스트 통과의 기적을 빌어주었다. 마지막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그 녀석에게는 로또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_214~215쪽, <40대 소년들의 송년회>

     

    온종일 BTS 노래를 들은 그날, 퇴근하고 동갑내기 아내에게도 다이너마이트를 들려주었다. 며칠 후 출근길에 아내가 메시지 하나를 보내왔다.

    “BTS 빌보드 핫 100 1위, 팝의 역사를 새로 쓰다.”

    코로나에, 장마에, 태풍에, 폭염에, 미세먼지에!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뒤이어 여성호르몬이 용솟음치는 나이에 걸맞게 버스 안에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또한, 아재답게 IMF 시절 맨발의 박세리와 하이킥 박찬호의 분투를 통해 위로받던 시절을 떠올렸다. _218~219쪽, <코로나의 중심에서 BTS를 외치다>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살기를 욕망하면서 남들이 가는 길만 따라간다. 니체는 ‘모두가 가야 할 단 하나의 길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캐는 남들이 가는 길만 따라가다 선택 당했지만, 부캐는 내가 만들 수 있다.

    이제는 머리로 상상만 하고, 가슴속 깊숙이 숨겨두었던 부캐를 꺼낼 시간이다. _231쪽, <김 차장의 부캐는 작가>


    •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깍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혹시 이 노래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저자는 74년생, 한국나이로 올해 48세이니 40세 ~ 50세 연령의 독자라면 아마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노래일 것이다. 73p에 수록된 신해철의 민물 장어의 꿈이라는 이 노래는 당시 유명하고 인기 많았던 노래다.


      이 책은 옛 추억부터 인생의 다사다난한 이야기까지 삶을 안주거리 삼아 저자와 비슷한 나이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하는 책이다. 읽다보면 왠지모를 푸근함이 느껴진다. 저자는 내게 형님뻘 정도 되는 나이인데 삶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써 인생의 기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지혜 혹은 지금은 모르지만 나이 먹어가며 알게 될 소중한 무언가 등을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그런 깨달음보다 얻을 수 있는 소중함은 마음의 풍만함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을 것이다. 책에서 표현했듯 인생의 대부분은 아픔이고 기쁨은 순간이다. 그렇게 내 마음은 상처받고 있지만 부족한 나를 자책하느라 아파할 겨를도 없이 달려간다. 그리고 문득 돌이켜 보면 어느새 인생 절반이 사라져있다.


      정신없이 달려온 나는 누가 위로해주나? 대부분의 남자들이라면 술자리와 친구가 빈자리를 채워줬을 것이다. 그런데 왠걸? 30대에 만났던 친구들은 하나둘씩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가족과 와이프의 눈치를 봐야 한단다. 나도 마찬가지니 할 말은 없다. 소수 정예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모임은 코로나19로 박살이 났다. 아마 나만의 아픔은 아닐 것이다.


      정신없이 바쁘고 살아온 나에게 이 책은 쉴 틈을 주었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추억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저자의 경험을 읽으며 잊혀졌던 과거가 하나둘씩 떠오른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덧 쇼파위에서 미친놈처럼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맞아. 내가 그랬었지. 그 때 너무 행복했는데 왜 까맣게 잊고 살았을까?”



      그렇게 잊혀진 내 삶에 새싹이 돋아난다.


      민물 장어의 꿈을 인용한 이유는 이런 맥락에서다. 이 노래는 내가 Live로 들었던 노래는 아니다. 나보다는 나이 많은 선배들이 즐겨듣던 노래인데 대학 동아리 방에 고학번 선배들이 주구장창 틀어놓았기에 처음엔 반 강제로 들었다. “신해철의 노래에 담긴 철학을 니들이 아냐?” 등등 당시 별 시시콜콜한 아재들의 얘기를 술자리에서 반 강제로 들었던 때문인지 어느덧 노래에 중독된 나를 발견했었다.


      MP3 포맷이 대한민국에 처음 등장했을 무렵 난 자취방에서 이 노래를 원 없이 들었다. 노래속의 민물 장어는 나다. 이 거센 물살을 거슬러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도 해보고 지금 생각하면 풋내기이지만 당시에는 성인이 되어 나름 심각했던 인생의 장애물들을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해본다. 웅장한 멜로디는 이상하게 나를 달래는 힘이 되어준다.


      저자와 내게는 민물 장어의 꿈이겠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먼 미래에 BTS의 노래를 들으며 이런 감흥을 느낄지 모르겠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일지, 더클래식의 노래일지, HOT의 노래일지, 박효신의 노래일지, 아이유의 노래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누구나 이런 곡 하나쯤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한 마디로 정의하기 너무 어려웠는데 비유하자면 그런 느낌이다. 사람들이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현실의 나를 위로해주는 것 혹은 그 안에 숨은 창의성에 교감하는 것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당시 노래를 듣던 과거의 나를 생생하게 살아나게 해준다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노래다.



      이심전심일까? 저자와 통한 것인지 편집자와 통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목차는 여느 책 처럼 1장, 2장, .. 혹은 챕터1, 챕터2, .. 이런식으로 흔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 대신 가족 Track, 추억 Track, 직업 Track, 현생 Track 이렇게 4개의 Track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음악처럼 말이다.트랙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각 트랙들은 거의 타임라인 순으로 이어져 있다. 추억에 잠겨있다 현실로 돌아오는 액자식 구성이 섞여 있어 완전한 타임라인은 아니지만 난 가급적 책을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장하고 싶다.


      가족, 추억 트랙을 읽다보면 잊혀었던 과거의 내가 선명해진다.



      “그 때 그런 꿈을 갖고 살았었지. 당시 내 가치관은 이랬었지. 맞아, 어린 나이에 돈만이 벌어서 어머니께 뼈에 좋은 오스칼 약을 사다 드린다고 했었지! 근데 지금 그 정도의 돈은 있는데 왜 아직 못 사다 드렸지?” 등등 별의 별 내 모습이 시시콜콜 다 떠오른다.




      그렇게 또 하나의 내가 탄생한다. 아니, 정확히는 잊혀졌던 과거의 내가 내 옆에 서 있게 되는 느낌. 그리고 그때의 삶과 덧칠해진 지금의 나 둘이 책을 함께 바라보는 느낌이다.


      그렇게 둘이 함께 업, 현생 트랙을 읽으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된다.



      “와.. 이거 완전 잘못살고 있었네.. 아니 이런.. 쓰레기가 다 있네.. 인생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달리고 있으면 잘 살고 있는거라고 착각하고 살았어.. 그러니 할만큼 다 했는데 이 모양이 되었다고 주위와 인생을 원망하지..”




      지금의 내 모습을 내가 보는 것이 아닌 제 3자가 봐주고 얘기해주는 기분이랄까? 지금 내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지식을 쌓는 목적으로 주로 책을 읽어온 나에게 이런 책은 좀 특별했다. 그래서 리뷰를 쓰기 너무 어려웠다. 주로 어떤 지식을 담고 있다고 요약하며 작성해 왔던 리뷰 스타일에서 요약할 것은 없는데 내용은 충만하니 이걸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머리 보다는 가슴으로 읽는 책인지라 책의 내용보다는 느낌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잊혀졌던 소중한 기억, 기억의 틈에 숨은 소소한 행복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어떻게 살아가라고 현명하고 단호하게 꾸짖는 소년시절의 나를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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