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공기가 빠르게 휘감기는 곳,
삶과 죽음의 경계가 매일 갈리는 곳,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산다는 것
저자는 중환자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중환자실의 공기는 무겁다.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공기. 꺼져가는 희미한 목숨을 보고 있노라면 숨이 턱 하고 막힌다. 이곳은 하루에도 여러 명, 최소한 2~3일에 한 번은 누군가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매일같이 삶과 죽음이 갈리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또 그곳으로 출근하는 직업인들은 어떤 감정으로 살아갈까? 저자는 생사의 경계로 일컬어지는 중환자실의 일상과 그 공간을 채운 사람들(의사, 간호사, 환자, 보호자 등)을 생생하게 묘사해낸다.
이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날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환자실의 치열한 24시간을 보여주며, 2장부터 4장까지는 매일 밤마다 울었던 신규 간호사에서 환자를 올곧이 지키는 경력 간호사가 되기까지, 대한민국 간호사라면 모두가 공감할 법한 험난한 성장 일지를 투명한 시선으로 들려준다. 또한 간호사 인권과 처우 문제를 다룬 글들을 읽노라면 ‘간호사에게도 간호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통감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5장에는 지난 코로나 팬데믹의 한가운데서 보낸 저자의 경험이 매우 밀도 있게 담겨 있다. 특히 사랑하는 이의 임종을 CCTV로만 지켜봐야 했던 코로나 시대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힘든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코드블루 방송에 무조건 뛰어야 하는 사람들,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행을 당해 좌절하는 한편으로, 80대 할아버지의 대변이 정상적인 형태를 갖추면 행복해하는 사람들, 3교대 근무로 인해 한 달에도 여러 번 시차 적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커터 칼로 중환자실을 나가겠다고 위협하는 환자와 진땀 나도록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 환자의 죽음이 꿈에서도 나와 괴로워하는 사람들, 바로 중환자실 간호사다.
그럼에도 그들은 밥을 거르며 일하고, 화장실에 갈 시간마저 포기하며, 제 몸이 아파도 응급실에 들렀다 출근을 한다. 저자는 “엄마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공부하고 강해지는 것처럼 환자를 지키려면 강해져야 했고,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 간호사의 슬프고도 단단한 현실을 진실한 고백체로 전한다.
간호사가 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간호사가 되지 않았다면 더 후회했을 것이다
스물네 살. 이 책의 저자 이라윤이 간호사를 시작한 나이다. 자신의 20대를 밀도 있게 살고 싶었고,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처럼 일을 호되게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를 시작했다.
서른두 살. 20대가 훌쩍 지난 현재 그녀의 나이다. 함께 입사했던 일곱 명의 동기들은 하나둘 모두 떠나고 이제 혼자만 오롯이 임상을 지키고 있다.
힘든 근무 환경과 도무지 바뀌지 않는 현실에 많은 동료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만두었음에도 그녀는 왜 중환자실을 떠나지 않았을까? 신규 간호사 시절 그녀 또한 간호사가 된 것을 후회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어린 나이에 날마다 마주하는 죽음이 무서웠고, 일반 환자도 아닌 죽음의 위기에 닥친 환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그리고 사냥감을 먹어치우듯 매일같이 공부해도 무지함이 채워지지 않아 불안했다. 중환자실은 실수가 실수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사랑한다. 한때는 병원을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증오했지만, 힘든 터널을 통과할 때쯤 자신도 모르게 이 직업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스스로 납득할 이유가 없는 한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병원을 떠나지 않았고, 당장 내일이 염려스러운 환자가 걱정되어 병원을 떠날 수 없었다. 그렇게 자신과 환자에 대한 책임감은 그녀를 어느덧 서른두 살, 9년 차 간호사로 만들었다.
임상이 힘들어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임상을 사랑한다는 저자는 이제 이렇게 단언한다. “한때의 나는 간호사가 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간호사가 되지 않기로 선택했다면 더 후회했을 것이다. 나의 삶은 간호사가 되기 전과 후로 나뉘니까.”
▶ 추천사
“어려운 근무 환경,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현장의 수많은 돌발 상황 등은 적잖은 간호사들을 낙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라윤 간호사는 환자를 위하는 마음과 더불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그 힘든 상황들을 슬기롭게 대처했다. 이 책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오늘도 자리를 지키며 아픈 이들을 향한 돌봄을 실천하는 한 간호사의 삶이 따뜻한 위로로 다가가길 기대한다.”
- 유세웅 (《아이씨유 간호사》 저자 /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신생아가 눈을 뜨는 순간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 가족이 아플 때 24시간 함께해주는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눈을 감을 때도 그 곁에 있는 사람, 바로 간호사다. 간호사로 살아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의미와 가치가 큰 직업이다. 이 책이 그것을 진실하게 말해주고 있다.”
- 오성훈 (리딩널스 / 간호사를 간호하는 브랜드, 널핏 대표)
“나와 함께 간호사를 시작한 이라윤 간호사. 함께했던 동기들이 하나둘 병원을 떠날 때 그녀만이 지금까지 임상을 지켰다. 읽는 내내 뭉클했고,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없이 여리면서도 단단한 그녀의 이야기는 오늘도 환자 곁을 지키는 모든 간호사들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이 귀한 기록을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그들이 울지 않기를, 상처받지 않기를!”
- 노은지 (꿈꾸는 간호사들의 디딤돌, 드림널스 대표)